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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판정례

제목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공개모집 절차에서 탈락 후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자살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작성자
강주아 노무사
작성일
2021.08.20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45
내용
사건번호 : 서울행법 2020구합61584,  선고일자 : 2021-08-12


  【요 지】 1.  A(고인)는 ○○부 및 ○○부 산하 乙기술원에서 근무하였고, 丙단 및 丁단 단장을 역임하였다. A는 乙기술원 상임이사 직위인 戊의 공개모집에 지원하였다. 임원추천위원회는 A, B 등 3명을 戊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였다. 戊 최종 후보자 중 B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여 戊 최종 후보자는 A 외 1명만이 남게 되었다. A는 간부회의에서 ‘○○부장관은 戊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고, 원내에는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의 수첩에 자괴감과 실망감을 토로하였다. 戊 임명절차는 이뤄지고 있지 않던 상태에서 A에 대하여 丙처 등으로의 전보가 검토되었다. A는 인사팀장에게 ‘丙단에 다시 가는 것은 사람을 완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하였다. 진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면부족 내지 장애, 우울감 증세 등을 호소하던 A는 ‘인사권자와의 생각 차이에 따른 자괴감, 모멸감 등’을 표시한 유서를 남기고 주거지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
   피고(근로복지공단)는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통상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에는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였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의 적법여부를 살피건대, 고인이 지원한 戊 심사절차가 통상적인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30년 넘게 ○○부 또는 그 산하 기술원에서 근무하였던 고인으로서는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실제로 불면증, 우울증상 등이 발생하여 출근하지 못하면서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입원치료를 받았고, 달리 가정적·경제적 문제 등 자살에 이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고인은 본부장 인사 등과 관련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세가 발현되었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61584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6.10.
   * 판결선고 : 2021.08.12.
    
   【주 문】 1. 피고가 2020.2.4.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A는 1986.12.1.부터 2006.9.15.까지 ○○부에서, 2006.9.16.부터 ○○부 산하 乙기술원(다음부터는 ‘기술원’이라고만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A는 2015.2.12.부터 丙단(2018.7.1. 丙처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에서 단장 등을 역임하고, 2017.12.6.부터 丁단(2018.7.1. 丁처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단장을 역임하였다.
   나. 기술원 임원추천위원회는 2018.4.27. 상임이사 직위인 戊(2017.9.경부터 공석이었다)과 己을 공개모집하기로 의결하였고, A는 2018.5.경 戊에 지원하였다.
   다. 임원추천위원회는 2018.5.15. 서류심사, 2018.5.25. 면접심사를 거쳐 A, B(환경컨설팅업체 대표) 등 3명을 戊 최종 후보자로, C 등 3명을 己 최종 후보자로 각각 추천하였다. 戊 최종 후보자 중 B은 2018.7.13.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여 戊 최종 후보자는 A 외 1명만이 남게 되었다.
   라. A는 2018.7.23. 간부회의에서 ‘○○부장관은 戊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고, 원내에는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수첩에 ‘자괴감을 느낀다. 지난 12년간 기술원에서 일할만큼 했다. … 이해할 수가 없다. 몸 바쳐 일했다. 자기관리 철저히 하면서 …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와 같은 글을 기재하였다.
   마. C가 2018.8.경 己으로 임명되었고, 戊 임명절차는 이뤄지고 있지 않던 상태에서 A에 대하여 丙처 등으로의 전보가 검토되었다. A는 2018.9.22. 인사팀장에게 ‘丙단에 다시 가는 것은 사람을 완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하였다.
   바. A는 진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8.11. 초순경부터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고 같은 달 중순부터 스트레스로 10일 동안 출근하지 못 하였으며, 같은 달 20. 수면장애로 치료받고, 같은 달 25.부터 27.까지 수면부족 내지 장애, 우울감 증세 등을 호소하며 입원치료를 받았다.
   사. A는 2018.12.4. 16:50경 ‘인사권자와의 생각 차이에 따른 자괴감, 모멸감 등’을 표시한 유서를 남기고 주거지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다음부터는 A를 ‘고인’이라 한다).
   아. 피고는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통상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에는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였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다음부터는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 23, 34호증, 을 제1, 6,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 갑 제5, 14 내지 16, 33, 35호증, 을 제2, 5, 7,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학교 부속 ○○병원장, 乙기술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고인이 지원한 戊 심사절차가 통상적인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30년 넘게 ○○부 또는 그 산하 기술원에서 근무하였던 고인으로서는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실제로 불면증, 우울증상 등이 발생하여 출근하지 못하면서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입원치료를 받았고, 달리 가정적·경제적 문제 등 자살에 이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고인은 본부장 인사 등과 관련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세가 발현되었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부 운영지원과 인사팀장은 기술원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심사(2018.5.15.) 1~2일 전 ○○부 소속 당연직 위원에게 ‘○○부장관 등이 B을 戊에, C를 己에 각각 추천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심사결과 B과 C는 각각 戊과 己 최종 후보자에 포함되었다. B이 2018.7.13. 청와대의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자 기술원 戊에 대하여 재공고가 추진되었고, 기술원 내부에서는 ‘고인이 2015.12.28. 기술원 노동조합으로부터 존경받는 리더로 선정되는 등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기여도가 탁월하다’는 이유로 고인을 戊으로 임명하자고 건의되었으나, C만이 2018.8.경 己으로 임명되고 戊은 공석으로 유지되었다. 고인이 2018.12.4. 사망하였고, 고인과 B 외에 戊의 최종 후보자였던 나머지 1명은 면접심사(2018.5.25.) 후 약 13개월이 경과한 2019.6.11. ‘면접시험과 기술원 업무 부적합’이라는 사유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부장관이던 D은 ‘기술원 戊에 자신이 내정한 추천자(B)를 임명하기 위하여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후보자 추천 절차를 형해화 하여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법원 2021.○○.○○. 선고 2019고합○○○ 판결), 항소심(○○법원 2021노○○○) 진행 중이다.
    
   나. 기술원 내부의 건의 등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2018.7.23. 간부회의에서 戊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하여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괴감과 실망감 등을 느꼈다.
   고인은 丙단장으로 근무하면서 2017.8.9.부터 기술원의 ○○ TF에 소속되어 피해구제 및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며 증가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7.12.26. 丁단장으로 전보되었는데, 다시 丙처로 전보되는 것은 고인에게 실질적으로 좌천에 해당한다. 고인은 2018.9.22. 인사팀장에게 丙처로 전보에 거부의사를 강하게 표시하면서 ‘나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말해주세요. 추석명절이 명절이 아니고 불면의 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비참해지고 싶지도 않고 후배들께 폐끼칠 생각은 없으니 참고하고..’,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답변을 기다립니다.’, ‘살을 파고드는 혹한 삭풍에 어두운 광야에서 빨가 벌거벗겨진 채 홀로선 기분이네요.’와 같은 표현을 하였다.
    
   다. 고인은 만성골반통, 고혈압의 과거력이 있으나 2018.10.경 이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볼 자료는 없다. 고인은 진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8.11. 초순경부터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고 같은 달 중순부터 심한 스트레스로 10일 동안 출근하지 못 하였으며, 같은 달 20. 수면장애로 치료받기도 하였다. 고인은 2018.11.25. 08:00~09:00경 화장실에서 넘어져 잠시 기억을 잃었고, 약 2주 전부터 심해진 두통과 불면에 대한 불안으로 응급실을 찾아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는데, ‘두 달 전부터 기관장 등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고, 직장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여 지속되는 두통으로 잠을 못 잤으며, 의욕이 없어 누워 지내거나 활동을 잘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내면서 식욕이 없어 식사량이 줄어들었고, 자살충동이 들고 우울감이 지속된다.’는 증상을 호소하였다. 라. 과도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다. 2018.11.25. 고인을 진료하였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승진 좌절 등이 고인에게 업무적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수 있고, 약 2달 전부터 고인이 우울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회신하였다.
    
   마. 고인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겼다.
   *****
   다만, 아쉬운 것은 60 평생을 살면서 내 인생에서 꿈꾸고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그래도 이만큼 살았으면 되었지 하면서 위로도 해봅니다.
   ○○부 근무 20년, 기술원 근무 13년 동안 열심히 일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냈다고 생각했지만 인사권자와 내 생각은…
   자괴감, 모멸감, 자책감, 스스로 열등의식이 어우러져 내 정신건강 체계를 피폐하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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